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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어른의 차이 -이재철 100주년기념교회 목사
신선화  2010-05-22 16:16:04, 조회 : 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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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100주년기념교회 목사
일러스트 = 강일구
[마음 산책] 2010.5.22.중앙일보
  
                                 노인과 어른의 차이
흐르는 세월 잡을 장사가 없다. 그 세월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이를 먹는다.
인간이 태어나 20대가 되기까지 나이 드는 것은 성장을 뜻하고, 그 이후에는 성숙을 거쳐 늙어 가게 된다. 인간이 늙기 시작했다는 것은 갈림길에 들어섰다는 말이다.
노인과 어른의 갈림길이다. 노인과 어른은 동의어가 아니다.
어른이 노인일 수는 있지만, 노인은 어른이 아니다. 노인은 자기 자신만 아는 사람이다.
주위 모든 사람이 자기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사람이 늙어 노인이 되면 건강할수록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주위 모든 사람이 고통을 받고,
결과적으로 노인은 외로운 외톨이가 된다. 자승자박인 셈이다.

반면에 어른은 나이가 들수록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타인을 위해 기꺼이 그늘이 되어주기에, 어른은 나이 들어 병석에 누워 있어도 만나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어른 주위에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중요한 사실은 노인은 노력하거나 훈련하지 않아도 세월 속에서 절로 노인이 되지만,
나이 들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부단히 자신을 가꾸고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유치하다는 소리를 듣는 노인이 많아지는 것은 나이를 훈장으로만 여길 뿐,
어른이 되려고 자신을 가꾸려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먼저 몸과 마음이 함께 늙어가야 한다.
‘나이는 육십이지만 마음은 이십대’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나이 듦은 자기중심적으로만 살던 마음이 후덕해지는 것을 뜻한다.
이해할 수 없던 것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없던 사람을 포용하며, 나눌 수 없던 것을 나누는 후덕함이 나이 듦의 자산이다.
후덕한 청년이라는 말이 없는 것은 후덕함은 언제나 세월의 길이와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십대가 이십대의 마음으로 살려는 것은 그 나이에도 후덕한 마음을 지닌 어른이 아니라, 여전히 이기적인 마음으로 소아적 삶을 살겠다는 말이다.
육십대의 시어머니가 이십대의 마음으로 살려 하면 그 시어머니에게 이십대의 며느리는 라이벌이기 마련이고,
젊은 며느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육십대의 아버지가 삼십대 젊은이의 마음을 지니려 하면 삼십대 아들의 후덕한 아버지가 될 수는 없다.
삼십대 마음을 지닌 아버지가 삼십대 아들의 부족함과 허물을 감싸 안기보다는, 아들의 삶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지배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늙어서도 젊은이의 마음에 집착하는 것은 젊어지기는커녕 도리어 자신을 이기적인 노인으로 몰아가는 첩경이다.
육십대 아버지는 육십대의 마음을 지녀야 젊은 아들을 품는 후덕한 어른이 될 수 있고,
육십대의 시어머니는 육십대의 마음으로 며느리를 맞아야 젊은 며느리를 친딸처럼 거두는 자애로운 그늘이 될 수 있다.

나이 들어 노인이 아니라 어른이 되기 위한 또 하나의 전제는 바른 재물관(財物觀)을 갖는 것이다.
재물관이라고 해서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어른이 지녀야 할 재물관은 단순 명료하다.
자신이 지닌 재물이 비록 동전 한 잎뿐이라 해도 그 속에는 반드시 타인을 위한 몫이 포함되어 있음을 아는 것이다.
생전의 어머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어느 만석꾼 집에 신식 며느리가 들어갔다.
가만히 보니 시어머니가 광을 열고 아무에게나 퍼주었다. 머슴이든 소작농이든 동네 사람이든, 와서 아쉬운 소리만 하면 마구 퍼 주는 것이었다.
신식 며느리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시어머님은 규모 있는 살림살이를 모르시는구나.
내 시대가 되면 나는 저런 식으로 낭비하지 않을 거야’. 세월이 흘러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며느리의 시대가 도래했다.
경제권을 이어받은 며느리는 고등교육 받은 사람답게 매일 가계부를 펼쳐놓고 시어머니와는 달리 모든 것을 알뜰하게 절약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며느리가 경제권을 행사하면서부터 만석이 나지 않았다. 며느리는 알뜰하게 경제를 꾸리면 소출이 더 커지리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반대였다.
젊은 며느리가 보기에는 시어머니가 헤픈 것 같았지만, 그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시어머니이기 이전에 온 동네의 어른이었다.
자신의 것을 기꺼이 베풂으로써 동네 사람들을 위한 넉넉한 그늘이 되어준 것이다.
그 넉넉한 그늘 밑에서 모든 사람이 신명 나게 일했으니 만석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젊은 며느리는 배운 사람답게 가계부는 철저하게 정리했지만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그늘이 되지는 못했다.
삶의 그늘이 없는 곳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본능적으로 인색해지기에, 그런 삭막함 속에서 예전처럼 만석이 나올 리 만무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처신이 그렇듯 극명하게 갈린 근본적인 원인은 재물관에 있었다.

우리는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노인이 많은 사회는 허약할 수밖에 없지만 어른이 많은 사회는 더 없이 강하다.
어른의 경륜과 지혜는 핵무기보다 더 강한 까닭이다.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고 남의 이야기하듯 한탄만 할 일이 아니다.
각자가 젊은 시절부터 자기 자신을 어른으로 가꾸어 가면 머지않아 이 세상은 존경스러운 어른으로 가득할 것이다.
종교인들이 그 선봉장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미신을 좇는 하등종교라면 모르되, 무릇 자기부인(否認)을 통한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고등종교라면
예외 없이 자기중심적인 소아적 인간을 이타적 어른으로 이끌어주는 어른됨의 길이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노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어른이 될 것인가?
그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워즈워스의 시처럼, 세월은 지금 이 시간에도 마구 달려가고 있다.

이재철 100주년기념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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